모나드서울 by CAC가 무사히 2023년도 첫 해를 보냈습니다. 이 기관이 추구하는 창작의 모습과 철학과 이론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실험한 한 해였습니다.

물론 “기획”이라고 부르는 일을 통하여 공연-전시 등을 마련하고 선보였지만, 모나드서울은 기획에 맞게 음악과 소리를 만들어 끼워내는 것이 아니라 음악적 내용, 본질 그 자체가 공연 및 전시라는 행사의 형식을 자연스럽고 유기적으로 구조화 하기를 지향합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일차적으로는 최소한의 포장과 마케팅 전략을 쓰며 오로지 질 좋은 와인을 생산하고 선보이고 그 와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이후에 자연스럽게 와인의 본질에 맞는 디자인을 찾아나가려는 것입니다. 그럴듯함, 화려함은 당장에 이목은 끌수 있으나, 이는 사람들을 현혹하여 세상이 본질로 부터 더욱더 멀어지는데에 일조할 뿐, 허망한 일입니다. 모나드서울이 선택한 방식의 ‘기획’은 창작의 주체인 존재들, 각각의 온전한 세계를 지닌 하나(모나드)들이 자신만의 결을 더욱 짙고 깊게 갖춰나가는 것을 우선으로 합니다. 즉 역량있는 개별자 혹은 요즘 많이 회자되는 ‘핵개인’으로써의 개별 음악예술가와 각자가 지닌 고유의 세계 전부가 함께 시공간을 진동시키는 것이 모나드 서울이 이루고자 하는 창작의 본질입니다.

모나드의 첫 1년은 어쩌면 아직까지는 음악이 그저 값싼 오락거리이거나, 자랑할만한 고상한 취미이거나, 어쩌다가 나름의 재능을 발견해서 업이라는 의미인 사람들이 대부분인 세상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음악을 통하여 나, 우리, 우주를 발견하고 개인적 선호와 즐거움 이상의 의미를 찾아가고 만들어간다는 것을 일반적으로 그렇게 쉽게 상상할 수는 없는 문화적 환경 속에 우리 모두가 놓여 있음을 더 확연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나드서울은 ‘시장에 구애하거나, 정부에 구걸’하지 않고 창조적인 인간됨을 지키고 되찾으려는 노력을 음악예술을 통하여 실천해왔고 이를 지속할 것입니다. 이는 비단 예술처럼 창작이 두드러지는 영역 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 구성원 개개인 본연의 인간다움을 구제하려는 광범위한 동시다발적 노력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제반의 문화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총 세 차례, 5일간 이뤄졌던 모나드서울의 공연 및 전시-공연들은 나름대로 아름다운 결실들을 맺었습니다. 하나의 시공에서 창작자-연주자-관객이 그저 아이디어와 컨셉의 재현으로써의 음악이 아니라, 생동하고 현현하여 ‘있음’ 그 자체인 음악을 직접 마주하고 공동의 경험을 이뤘을때, 소리를 통해 전달되는 존재들의 결이 분명 서로의 깊은 곳에 닿았고, 이로써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를 창출해냈음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도의 모나드서울도 음악예술의 형식적 확장과 시도들 보다는 음악의 본질, 음악가의 본질에 대해 끝없이 질문하며 답하는 질적인 창조를 이뤄내는데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전해드렸던 <생각을 위한 음식> 시리즈는 23년도 초에 시작해 12월 31일까지 총 14편이 완성되었고, 이 중 2편은 영어로 번역하여 웹사이트에는 총 16개의 아티클이 올라와 있습니다. 24년도 1월부터는 ‘화성-2’와 미번역된 13편에 대한 영문 번역 작업을 진행하여, 매달 2회 발신할 예정입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다루는 내용은 필자가 청소년기에 품었던 자아와 세계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저와 비슷한 탐구 여정에 있으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공명하고 즐겁게 읽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구독자님들, 너무나 소중한 첫 일년을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떠한 업을 하시던지, 자신만의 사유와 삶을 아름답게 가꾸고 더욱더 나답게 즐거운, 창조적인 에너지로 2024년을 가득 채워나가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3.12.31

모나드 서울 by CAC 대표

정은혜 드림